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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음악 - 다성 음악의 발달
음의 높이만 아니라 리듬까지 표시할 수 있는 기보법이 등장하면서 다성 음악의 탄생에 발판이 되었다. 이 새로운 양식은 다층적이며 여러 성부와 복잡한 리듬으로 구성되었고 서양 음악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노트르담 악파
13세기 파리 노트르담 악파의 작곡가들이 남긴 다성 음악 레퍼토리에서 서양 음악사의 경로를 바꾼 혁신 대부분을 찾아볼 수 있다. 오르가눔 대전에는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거행되는 전례에 엄숙함을 더하기 위해 작곡된 다성 음악이 수록되어 있다. 감탄을 자아내는 오르가눔 대전에는 잘 알려진 다성 음악 작곡가인 레오냉과 페로탱 등의 곡만 아니라 당시 새롭게 고안된 리듬 기보법을 이용한 곡도 포함되었다. 이 시대 작곡가들이 자주 쓰던 리듬을 체계화해 몇 가지 유형의 리듬 선법인 모두스리듬으로 정리한 덕분에 리듬 기보법이 탄생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첫 박에 강세를 두는 마디 당 3박인 3박자 곡만 기보되었으나 14세기가 되어 마디 당 2박인 2박자로 된 곡을 기보하는 기법이 등장했다. 이 획기적인 기보법은 필립 드 비트리의 논문인 아르스노바 즉, 신예술 기보법에 설명되어 있다.
아이소리듬
곡의 기초 성부는 원래 가장 낮은 성부에 놓이던 테너가 되었으며 테너 성부는 행사나 특정 축일을 위해 작곡된 기존 단성 성가의 선율을 토대로 작곡되었다. 테너는 주로 리듬과 선율 패턴의 반복으로 이뤄졌고 이렇게 리듬과 선율을 반복하는 기법을 아이소리듬이라고 한다. 테너에 두 번째 성부를 추가하거나 여기에 더해 세 번째 성부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2성부 곡이나 3성부 곡을 만들었다. 테너에 추가되는 성부의 노래 가사는 각각 달랐다. 주로 추가되는 성부의 선율은 라틴어 성가곡과 관련이 있으며 가사는 라틴어나 프랑스어로 된 세속곡의 가사였다. 그리고 추가된 성부는 테너를 제외한 다른 성부와는 반드시 협화음을 이룰 필요가 없었다. 그에 따라 성부 간의 화음이 충돌하여 요즘 사람이 들어도 불협화음이라고 느낄 정도였다. 따라서 다성 음악을 듣는 청취자 입장에서 듣는 데 인내가 필요했으며 이 음악을 연주하려면 기량이 뛰어나야 했다. 또한 이를 위해 막대한 금전적 지원이 필요했고 작곡을 의뢰하는 후원자는 대부분 부유한 개인, 상업 조합, 도시의 길드였다.
아르스 노바
기욤 드마쇼의 작품에서 새로운 예술 즉, 아르스 노바가 절정을 이루었다. 마쇼는 14세기의 시인이자 작곡가였고 당시에 존재하는 모든 양식과 형식을 사용하여 곡을 만들었다. 또한 각각 다른 후렴 및 반복절 패턴과 다른 규칙을 적용하여 몇 개의 세속 노래 형식을 정립하였다.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란디니는 피렌체 작곡가로서 그의 주도하에 아르스 노바가 발달하였다. 동시에 한층 미묘한 음악이라는 뜻의 아르스 숩틸리오르 양식이 교황청이 있던 프랑스 아비뇽의 작곡가들에 의해 발전되었다. 자콥 상레슈 등의 많은 작곡가들은 다성 음악 기보법을 최대로 활용하여 매우 정교한 곡을 만들었다. 다성부 양식은 수학적으로 복잡한 구조와 다양한 텍스트를 사용하는 것으로 15세기 초반까지 유지되었으나 간단한 구성과 화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그 기세가 꺾였다. 간단한 구성과 화성을 추구하는 양식을 주도한 작곡가는 영국의 존 던스터블이었다. 존 던스터블은 불협화음을 대신해 구조적인 완결미와 긴장감을 주는 협화음을 추구하였다. 유럽 대륙의 작곡가들은 던스터블의 다성 음악 양식이 유럽 전반에 퍼질 수 있었던 데 큰 역할을 하였다. 부르고뉴 공작의 궁정 작곡가들은 당시에 권력이 막강했는데 기욤 뒤파이, 질 뱅슈아 등이 있다. 이 작곡가들은 던스터블의 화음을 접목한 곡을 만들었다. 특히 이탈리아 반도에서 이 양식이 크게 유행했으며 이곳에서 서로 경쟁 관계인 후원자들이나 대공은 알프스 북쪽의 음악가를 영입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미사곡과 모테트
뒤파이와 뱅슈아는 마쇼가 확립한 다성 성가 형식과 세속 노래를 조금 더 세련된 형태로 발전시켰다. 미사 통상문은 영광송, 신앙을 고백하는 기도인 신경, 자비송, 거룩송, 천주의 어린 양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시기에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 통상문의 테너 성부에 기존 단성 성가나 세속 노래의 선율을 사용한 정선율 미사곡이다. 정선율은 다성 성가의 기초가 되는 단성 성가 선율이다.
15세기 후반에는 주로 테너보다 낮은 성부를 덧붙인 4성부 미사곡이 작곡되었다. 조스캥, 오케헴, 오브레히트, 뷔누아, 라뤼 등 네덜란드와 프랑스 작곡가들은 모방과 카논처럼 복잡한 기법을 사용하여 규모가 크고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었다. 모방은 어떤 성부의 짧은 선율을 다른 성부가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을 말하며 카논은 돌림노래처럼 짧은 시간을 두고 한 성부가 다른 성부를 반복하는 기법이다.
이 시기에는 모테트 형식이 작곡되기도 했는데 모테트는 미사곡과 유사하지만 길이가 조금 더 짧은 것이다. 원래 모테트는 정선율 미사곡처럼 기존 선율을 토대로 하지만 16세기에는 조금 더 자유로운 양식으로 작곡되었다. 특히 가사의 구절을 악구에 대응하며 가사의 뜻을 반영하여 작곡하는 양식이 유행했다. 당시에 이 양식은 새로운 예술로 간주되었고 사람들이 말과 음악 사이의 관계가 밀접함을 깨닫기 시작했음을 반영한다.
기욤 드 마쇼
마쇼는 프랑스 북부 상파뉴에서 태어났으며 1337년 랭스 대성당의 참사의원으로 임명되었다. 그는 이곳에서 성무일도와 미사곡을 부르는 임무를 맡았다. 마쇼는 프랑스 왕 샤를 5세, 베리 공작 장, 보헤미아 왕 얀, 나바르 왕 샤를 등 많은 왕실의 후원을 받았다. 특히 생애 말기에 베리 공작을 위해 몇 권의 선곡집을 편찬하기도 했다. 마쇼는 최초의 정선율 미사곡을 작곡했으며 다성 샹송과 모테트를 많이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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