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3. 28.

    by. 웰라이프100

    고대 음악 3 - 음악과 신화, 비극

     

    고대 그리스 문화에서 음악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였다. 음악은 종교 의식이나 비극 공연에서 일상적인 노동과 여가에 이르기까지 빠지지 않았다. 신화에서도 음악을 중요하게 다루었으며 가장 기량이 뛰어난 연주자는 부와 명예를 얻었다.

     

    오르페우스의 리라 음악

    리라를 연주하는 모습

    그리스 신화에서 오르페우스는 리라를 연주하는데 노래의 아버지로 표현된다. 신화에서는 오르페우스가 음악을 연주하면 어떤 생명체든 그 마력을 거부할 수 없다고 기록되었다. 예를 들어 보면 오르페우스의 음악은 암석을 움직이고 맹수를 길들였다는 것이다.

     

    아폴론의 악기, 리라

    음악의 신이자 태양, 의술, 시의 신의 아폴론이 선택한 악기는 리라이다. 아울로스는 한 쌍의 파이프가 달린 관악기인데 아폴론에게 사티로스인 마르시아스가 자신의 아울로스 연주와 아폴론의 리라 연주를 겨루자고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유명한 신화 이야기가 있다. 아폴론은 리라를 연주하였고 마르시아스는 아울로스를 연주하였는데 아폴론이 마르시아스를 꺾어 마르시아스는 산 채로 살가죽을 벗기는 벌을 받았다.

     

    리라와 아울로스

    음악 전통에 대한 그리스인의 근본적인 태도를 이러한 그리스 신화를 통해 엿볼 수 있다. 그리스 악기의 정수로 받들어진 악기는 리라다. 그리스 악기로는 2현인 리라부터 7현인 포르밍크스와 채로 연주하는 정교한 7현 키타라에 이르는 여러 형태가 있었다. 반면에 아테네의 지배층은 아울로스가 아시아적이고 투박하여 지체가 낮은 계층이나 쓸 법한 악기라며 무시했다. 이들은 팬파이프 종류인 시링크스 역시 멸시했다. 그러나 군국주의적인 도시국가이자 아테네의 숙적인 스파르타에서는 아울로스의 인기가 높았다.

    아폴론에게 바치기 위해 작곡된 합창곡인 파이안은 반드시 리라의 반주가 뒤따랐다. 질서 정연하고 고요한 아폴론의 정신은 황홀경과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와 대비를 이루게 되었다. 강렬한 감정을 돋우기 위해 디오니소스를 위한 찬가가 쓰였으며 대개 아울로스 반주에 맞춰 여러 사람이 불렀다.

     

    비극과 노래

    음악은 지배 계층의 교육 과정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아테네 지배 계층의 구성원들은 노래를 부르고 리라를 연주할 줄 알아야 했다. 노래에서 비극의 기원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비극 tragedy의 어원은 tragoidia인데 이것은 염소 노래로 번역되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아직도 염소와 비극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만족할 만하게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그리스 신인 판과 디오니소스를 섬기며 염소와 사람의 모습을 한 반인반수가 등장하는 희비극인 사티로스 극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타당해 보인다.

     

    시 낭송과 음악

    기원전 7세기에 레스보스 섬에서 활동한 테르판드로스가 리라가 연주되는 동안 낭송되는 운문인 그리스 서정시의 창시자라는 것이 정설이다. 서정 시인으로 명성을 얻었던 다른 인물로는 레스보스 섬의 알카이오스와 사포나 스파르타의 알크만, 테베의 핀다로스 등이 있다. 이들이 시의 반주곡으로 작곡한 음악은 현재 사라지고 시만 남아 있을 뿐이다. 당시 음악가 대부분이 귀로 듣고 외워서 선율을 연주하거나 불렀으며 거의 즉흥 공연이 이뤄졌기 때문에 악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당시 음악을 재현하기란 불가능하다.

     

    연극 축제와 음악

    연극 축제나 음악은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카르네이아 축제는 매년 스파르타에서 열렸으며 이때 음악 경연이 함께 있었다. 한편 아테네에서는 디오니소스 대제전이 있었고 주신 찬가, 희극, 비극, 사티로스 극이 상연되었다. 이 축제는 매년 아크로폴리스 아랫부분의 성소에서 열렸으며 일반 시민이 심사하는 경연 대회였다. 코레고이 즉, 아테네의 부유한 시민이 의복, 소품, 무대장치는 물론이고 음악가, 합창단의 훈련과 준비 과정 전반의 비용을 댔다.

    극작가는 극을 쓰는 것만 아니라 반주할 음악을 작곡하고 합창단을 감독하고 안무를 할 책임이 있었다. 합창단은 극에서 이따금 적극적인 역할을 했는데 가면과 풍성한 의상을 착용한 무용수와 가수로 이루어진 집단이었다. 예를 들어 세상 물정에 통달한 듯이 관객을 향해 훈수를 두기도 하고 극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반응을 보였다.

    그리스 비극의 음악은 발성이 아주 중요하여 발성으로만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음악의 선율은 대사의 강세와 리듬을 그대로 따랐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그리고 한 대의 아울로스만으로 기악 반주를 하는 전통이었다.

     

    그리스 비극의 음악과 춤에 대한 추측

    그리스 비극의 음악과 춤을 복원해 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학들의 시도는 여러 시대에 걸쳐 끊이지 않았다. 1400~1580년 르네상스 시대의 고전 학자들은 모든 배역의 대사를 노래로 불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배우가 대사를 말하고 합창단만이 노래를 부르며 끼어들었으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비극의 합창단과 배우가 만들어낸 소리나 움직임을 추정하려면 대체로 그리스 도기나 고대 유물에 그려진 그림에 의존해야 한다. 더 나아가 비극 작가인 아이스킬로스, 에우리피데스, 소포클레스의 현존 작품에서 노래와 춤에 대한 언급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직업 음악가의 등장

    고대 그리스의 음악 경연은 원래 시민 축제나 종교 제전의 일환으로 열렸으나 상금을 목표로 하는 직업 음악가가 등장하면서 새롭게 변화된 형태를 띠었다. 경연은 춤, 합창, 키타라와 아울로스 연주 등 다양한 종목으로 다양한 장소에서 열렸다. 음악가들은 청중의 감탄을 자아내기 위해 현란한 기교를 선보이게 되면서 음악도 점점 더 정교해졌다. 아테네에서는 야외 원형극장만 아니라 오데온과 같이 지붕을 씌운 공연장도 세워졌다.

    전통을 숭상하는 지식인들, 대표적으로 플라톤이 있는데 이들은 음악 연주가 직업화되고 기교가 뛰어난 연주자를 추종하는 경향을 개탄했다. 음악적 혁신을 이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음악가들에 대해 사리사욕을 위해 풍기를 해친 범법자라고 플라톤은 주장했다. 하지만 일급 음악가의 명성이 어떠했는지는 전해져 오는 그리스의 문헌을 보면 알 수 있다.

    한편 그리스 사회 전반에서 음악가를 찾는 수요가 넘쳐났기 때문에 최고의 음악가만이 수입을 올렸던 것은 아니다. 결혼식, 축제, 연회의 흥을 돋우거나 행진이나 종교 의식에서 엄숙한 음악을 들려주거나 장례식에서 애가를 불러 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음악의 실제 음

    근현대에 고대 그리스 음악이 실제로 어떤 음을 냈는지 밝혀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다. 현존하는 악보 몇 개와 음악 이론에 대한 저술을 포함하여 악기의 특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통해 추론의 기반은 마련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음악은 일종의 음계인 선법을 사용한 단선율로 이뤄진 것으로 추측된다. 고대 그리스의 선법은 근현대에 쓰이는 서양 음악의 선법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또한 각 선법은 정서적이나 도덕적으로 다른 특성을 띠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그리스의 도리아 문명에서 유래한 도리아 선법은 엄격한 선법이었으며, 오늘날 터키의 아나톨리아인 고대 프리기아 왕의 이름을 딴 프리기아 선법은 감각적이었다. 이러한 선법은 현대인의 귀에는 낯설게 들릴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근현대 서양 음악에서 흔히 사용되는 반음보다 세밀한 음정으로 이루어져 있어 반음을 반으로 쪼갠 4분음이나 심지어 음 사이의 간격이 그보다 작은 음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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