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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음악에서 그리스의 철학과 음악의 관계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스의 철학가들, 대표적으로 피타고라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음악 공부가 우주의 섭리를 깨치는 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이유로 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음악의 비중이 컸다.
피타고라스와 음악
피타고라스(기원전 570~493년경)는 우주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주장하고 음악 이론을 정립한 그리스 최초의 철학자로 알려졌다. 전설에 따르면 피타고라스는 대장간의 망치의 크기를 달리하여 고음이나 저음을 내는 데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그는 한 줄로 된 악기로 음정과 현의 길이 간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실험해 보았다. 그런 다음 음높이 간의 수적 비율을 밝혀냈으며, 이러한 음정의 수적 비율이 화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이론을 세웠다. 그는 이러한 수학적 음악 이론을 바탕으로 훗날 상상의 나래를 펼쳐 천체와 음높이 간에 수학적 관계가 있다고 추론했다.
천체의 음악
그리스인의 우주론에 따르면 우주에서는 중앙에 있는 지구 주위로 구체 형태의 천체가 돈다. 그리스인은 태양, 달, 행성, 항성에 구체가 딸려 있다고 생각했다. 피타고라스는 구체가 지구 주위를 돌면서 ‘천체의 음악’을 만들어 내며 이러한 구체 간에는 음악적인 화음에 대응하는 수학적 관계가 성립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천체의 음악이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그럼에도 근본적으로 우주가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피타고라스는 믿었다.
피타고라스는 천문학에 음악 이론을 적용했다. 그는 달, 태양, 행성이 지구 주위의 원형 궤도를 따라 돌면서 우주에 진동을 일으켜 음악을 만들어 낸다고 믿었다. 그리고 이러한 음악이 우주의 근본적인 조화를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음악과 사회
음악과 천문학은 고대 그리스 문명 전반에서 밀접한 관계를 이어 나갔다. 기원전 4세기경 그리스 최고의 철학자 플라톤(기원전 423~348년)과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22년)는 음악이 사회와 음악을 듣는 사람의 기질에 미치는 영향에 더 관심을 보였다.
플라톤과 음악
플라톤은 국가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공식적인 음악 행사가 필수적이라고 믿었다. 그는 음악적인 혁신을 가리켜서 정치와 사회 관습의 근본을 뒤흔드는 요소라고 말했다. 또한 음악의 목적은 비이성적인 즐거움뿐만 아니라 인간의 영혼에 조화와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음악 연주가 얼마나 감각적인 즐거움을 주는지에 따라 그 수준을 평가하는 시각을 비난했다. 더 나아가 플라톤은 엘리트 계층이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으며 무엇이 옳고 정당한지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부터 음악 전통을 수호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또 이상적인 국가를 만들려면 지도자가 되기 위해 교육받는 사람이 용맹성과 절제력을 고취하는 음악만 들어야 하고 감미롭거나 나태한 음악을 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플라톤은 <공화국>에서 리듬과 화음은 영혼의 내면에 도달한다고 말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와 음악
아리스토텔레스도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을 구분하여 좋은 음악은 인간의 도덕성을 강화하는 반면에 나쁜 음악은 타락으로 이끈다는 데 동의했다. 그렇지만 플라톤보다는 음악 연주의 쾌락적인 측면에 대해 좀 더 관대했다. 그는 음악의 목적이 조용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여가 시간을 채우거나 사람들을 교육하고 즐겁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의 음악 음계나 선법이 인간의 정서, 심리, 기질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논했다. 고대 그리스에는 지역 이름에서 유래된 도리아, 프리지아, 리디아 선법 등이 있었다.
아리스토크세노스와 음악
아리스토크세노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로 논문 <화성학의 기초>에서 체계적인 음악 이론을 제시했다. 아리스토크세노스는 선배 철학자들에 비해 음악을 연주하는 행위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리듬, 음정, 화성에 대해서도 선배 철학자들과 견해가 달랐다. 그는 음악을 이해하는 데 음악을 듣는 사람의 지각 능력이 중요하고 음악을 듣고 암기하는 것만이 음악적 지식을 얻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알렉산드리아의 프톨레마이오스
철학자 프톨레마이오스는 2세기경 지중해의 항구 알렉산드리아에 살았으며 음악 이론의 정립에 본격적으로 기여한 마지막 그리스인이다. 수학과 음악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논문 <화성악>에서 피타고라스와 아리스토크세노스 음악 이론 간의 조화를 꾀했다. 그는 피타고라스의 천체음악론을 천문학, 음악적 화음, 점성학 간의 관계를 다루는 이론으로 확대했다.
보에티우스와 음악
르네상스를 통해 고대 그리스의 철학은 유럽의 음악 이론에도 영향을 끼쳤다. 철학자 보에티우스(480~525년)는 초대 교회 시대의 철학자로서 <음악의 이론>이라는 논문에서 음악의 유형을 세 가지로 분류하였다. 즉, 우주 또는 세상의 음악, 인간의 음악, 악기에 의한 음악으로 나눴다.
고대 학자의 저작 보존
중세 이슬람 학자들과 뒤이어 15세기 유럽 사상가들, 마르실리오 피치노(1433~1499년) 등의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철학자들은 고대 학자 피타고라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을 보존했다.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는 근대 천문학의 창시자로서 그 당시에도 우주의 근본적인 조화가 음악에 나타난다고 믿었으며, 음악 이론을 자신이 정리한 행성 운동 법칙에 접목했다.
고대의 악보
기원전 2000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점토판은 메소포타미아 수메르에서 발견되었으며 이 점토판에는 현존하는 것 중 가장 오래된 악보가 새겨져 있다. 하지만 음높이만이 이 악보에 대충 표시되어 있을 뿐이다. 음높이와 길이가 모두 표시된 진정한 악보는 고대 그리스 신전의 무너진 석벽에서 발견된 <델포이 찬가>이다. 이 악보에는 기원전 138년과 128년에 아테네에서 쓰인 노래 선율이 그려져 있다. 현존하는 완전한 형태의 악보로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악보는 노래의 가사와 선율이 적힌 <세이킬로스의 비문>이다. 이 악보는 기원전 1세기의 것으로 추정되며 고대 그리스의 식민 도시 에페소 인근(오늘날의 터키)에서 발견된 묘비석에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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